"여긴 동네분들이 문화예술을 만날 수 있는 환경이 전혀 조성되어 있질 않아요. 그저 TV가 유일한 낙이죠."
그렇습니다.
대부분의 농촌 지역이 그렇죠.
그나마 대도시랑 조금 가까운 곳이거나 지역 폐교나 문화원 등을 중심으로 한 문화예술사업이 어느 정도 진행 중인 곳이라면 모를까
우리나라 농촌에서 '공연'을 본다는 건 매우 어려운 일임엔 틀림없습니다.
그래서, (거두절미하고)
준비해보았습니다!
도시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들을 그대로 Ctrl+C / Ctrl+V 농촌에다가 붙여넣기.
물론, 농촌의 현실을 반영해 '행사를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예산' 내에서 아티스트 뮤지션들을 부르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와 같습니다.
일단 보령은 서울에서 가까운 곳도 아니니까요.
왔다갔다 이동에다가 까다로운 뮤지션들의 입맛에 맞는 음향 여건 또한 제대로 준비가 안 되겠지요.
그리고 무엇보다...
대부분의 관객들이 50대는 훌쩍 넘어가는지라, 과연 이 분들을 모시고 수준 높은 음악을 해줄 아티스트들을 섭외할 수 있을까 하는 막연한 걱정은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 누구입니까?
뭐 하나 해도 허투루 하지 않는 우리가 바로 블룸 패밀리~
파티는 뭐다?
다 같이 즐기는 거다!
즐기려면 뭐가 필요하다?
음악이 필요하다!
음악만 있으면 어떻다?
지루할 수도 있다!
그래서!!!!
사방팔방 '그럼에도 불구하고 와서 함께 해줄' 최고의 아티스트들을 섭외하러 뛰어다녔고,
마침내...
"도시 손님들이여... 농촌에도 이런 아티스트들이 올 수 있사옵니다." 하며 비장톤으로 (하지만 명량하게 명랑하게) 말할 만큼 실력있는 분들을 모실 수 있었습니다.
불가능을 가능케 만든 '농촌을 향한 진정성'과 '어떻게든 만들어내는 집념'의 결과들을 한 번 보시지요!
네, 이분은 전설이시죠. 말 안해도 다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조블랙 실장, 접니다. (유재석 느님 섭외 바로 직전이었는데, 연말 일정이 바쁘시다고 하셔서 할 수 없이 외모라도 닮은) 제가 직접 진행을 보았습니다.
라르고팜의 임은영 대표님 인사가 있었습니다.
도시에서 살다가 3년 전쯤 보령으로 와 라르고팜을 일구고 가꾼 분이시죠.
첫번째 무대는 '손거울과 플리' 팀이 꾸며주었습니다.
음악치료대학원 동기들로 이루어진 3인조 프로젝트 팀입니다.
총과쩡으로 이루어진 손거울팀에 플룻과 퍼커션을 하는 플리가 합류하면서 아주 멋드러진 하모니를 보여주었지요.
듣는 분들의 연령대에 맞게 '풀잎사랑' 같은 노래도 준비해온 그녀들의 넘치는 에너지로 인해
팜파티는 내내 즐거웠습니다.
뮤지션들이라 이렇게도 무대가 되는군요.
황필수 뮤지션(좌측)과 신정목 뮤지션(우측)은 이날 처음 본 사이입니다.
그런데, 대기하면서 둘이 이리저리 노래를 맞추다가 기어이 이렇게 콜라보레이션 무대를 즉석에서 꾸며주었습니다. 와우.
대단하다는 말 밖에!!
싱어송라이터 황필수 씨 입니다.
특유의 음색으로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 'lost stars' 같은 음악을 들려주었지요.
개인 사정상 파티 끝까지 함께 하진 못했지만,
밝은 미소가 참 인상깊었기에 관객 분들 마음 속에 오래 남을 겁니다.
공연만 한다면,
농촌 활성화를 지향한다는 명분이 흐려지겠지요?
블룸은 그런 것도 놓치지 않습니다.
TV 프로그램 '엄지의 제왕'에도 출연하셨던,
우리나라 대표적인 로푸드 전문가 양진제 선생님까지 섭외하는 저력!!
(로푸드는 불을 쓰지 않고 몸에 좋은 재료들로 음식을 만드는 조리방식입니다.)
특히 도시인들에게 관심이 많은 로푸드가 지역 농산물과 만나면 어떤 시너지를 내는지 보여줄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오신 분들 모두 큰 관심을 보이시면서 바로 앞까지 달려와 30분 내내 함께 만들어보았습니다.
(덕분에 진행자는 좀 쉴 수 있었지요.)
점심을 드시지 못하고 달려오신 분들이 많아
예정되어 있는 저녁식사 시간을 앞으로 당겨서 뷔페 식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파티의 하이라이트!
엄청난 패기와 개그본능으로 똘똘 뭉친 MC삽콩(최다혜)이 진행하는
즉석농산물 경매가 있었습니다.
보령 지역에서 나는 좋은 농산물들이 저렴한 가격에 경매로 나와서
파티 장은 흥분의 도가니탕이 되었습니다!
특히 남자에게 참 좋은 마늘액기스와 라르고팜 대표님이 직접 만드신 수제토마토잼 세트가 인기가 높았지요.
사랑과 이별의 감정을 노래하는 싱어송라이터로 본인을 소개해달라셔서
진행자를 당혹하게 만들었던 그,
신정목 뮤지션입니다.
홍대 인근에서 버스킹(거리공연)을 하는 분이기도 하고, 자작곡도 여럿 쓰신 분입니다.
머지 않아 슈스케에서 만날 수 있을 것 같은데... 언제가 될지요?
자작곡이 너무 좋아 행사에 참여한 우리 블룸 스탭과 공연팀들의 눈에 하트뿅뿅을 새겨준 그, 신정목!
마지막으로
팜파티의 끝을 장식해준 디얼매직 팀의 임휘구 마술사님입니다!
마술공연은 블룸이 야심차게 섭외한 작품이지요.
농촌 비닐하우스 안에서 프로팀의 마술공연을 볼 수 있을 거라고 누가 상상했을까요?
그걸, 블룸과 디얼매직팀이 해냈습니다!
마술공연 때는 모든 스탭들도 자리에 앉아 숨죽이고 공연을 지켜보았습니다.
비록 마술의 특수성 때문에 더 좋은 사진과 동영상을 올리질 못함이 아쉽지만...
그래도 대단히 멋진 공연이었습니다. (저도 마술을 배우고 싶네요.)
믿겨지시나요?
서울에서 2시간 30분이나 떨어진 충청남도 보령의 어느 작은 마을, 이제 막 오픈을 한 농장에서 추운 12월에 벌어진
이 엄청난 일이요.
5-60명이나 되는 분들이 비닐하우스 안에 옹기종기 모여서
도시의 젊은이들이 만들어낸 공연을 함께 즐기고,
도시에서 가장 핫한 로푸드 체험을 하고,
밥을 나누고 하는 그런 광경, 보신 적 있으신가요?
저희는 지난 이틀간 바로 그 현장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만들어낸 이 기적같은 일들이
보령의 문화를,
사람들을 움직이는 아주 귀한 발걸음이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농촌은 우리의 힘이고,
우리의 미래입니다.
저희가 그 길을 함께 걷습니다.
이것이 진정한 하우스 파티죠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