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계약 논란 ... “씨제스는 단순 에이전시일 뿐”
그러나 이중계약 논란으로 번진 씨제스엔터테인먼트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강하게 반박했다. JYJ 측은 “SM이나 문산연의 주장처럼 JYJ 멤버들이 씨제스와 전속계약을 체결한 것이 아니”라며 “씨제스는 단순히 국내 활동의 루트를 제공하는 매니지먼트만 맡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시 JYJ의 홍보대행을 맡고 있던 프레인의 담당자는 전화통화 내내 이러한 상황을 상식적으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는 듯 기막혀했다. 그는 “SM과 문산연이 이중계약 논리로 문제를 삼고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라며 “씨제스는 JYJ와 정식으로 계약을 맺은 소속사 개념이 아니라 에이전시일 뿐”이라고 일관되게 답했다.
프레인은 이와 관련 “JYJ는 소속사를 따로 두지 않고 매니지먼트 업무를 씨제스에 맡긴 것”이라며 “아마 국내에서는 에이전시 개념이 아직 생소해 오해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SM에서 쟁점으로 들고 나온 JYJ 멤버들의 개별 활동 범위에 대해서도 “이미 충분한 법률 검토를 마친 일”이라며 “법적으로 아무 문제될 게 없다.”고 논란을 일축했다. 프레인은 “우리는 법적으로 이 활동이 음반 판매금지 가처분을 신청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SM의 주장이 법적, 논리적으로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공문이 아니라던 공문이 공문이다(?)’
SM과 함께 JYJ의 행보에 제동을 걸고 나선 문산연의 행위는 적잖은 파문을 일으켰다. 문산연은 SM이 소속된 한국연예제작자협회가 산하단체로 참여한 곳으로서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 영화인회의,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한국광고모델사업자협회, 한국게임산업협회, 한국뮤지컬협회 등 대중문화 단체 8곳이 참여해 2009년 10월 결성한 사단법인이었다.
이런 단체에서 방송 3사와 케이블방송국, 음원유통 사이트 등에 JYJ의 출연 자제를 요청하는 편파적 공문을 보낸 것이다. ...관 련사진: www.enterpost.net/11819
이 사실은 JYJ 팬의 제보에 의해 세상에 알려졌다. 케이블방송국에 다닌다는 한 팬은 인터넷게시판에 “어제(11일) 밤 ‘한국대중문화예술산업총연합회’라는 곳에서 공중파와 케이블에 JYJ가 한류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으니 출연시켜서 받는 불이익은 책임질 수 없다는 내용의 공문을 돌렸다.”고 글을 올렸다. 이 사실은 곧 트위터와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급속도로 유포되며 논란의 불씨를 댕겼다.
문산연 측도 “공문을 보낸 것은 사실”이라며 이를 확인했다. 언론은 이에 대해 “이제 갓 출항한 JYJ가 뜻하지 않은 ‘암초’를 만나 활동에 지장을 받게 되었다.”고 보도했고, 팬들은 “가혹한 처사”라며 즉각 반발했다.
파장이 커지자 문산연은 “해당 문건은 공문이 아닌, 요청서”라며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다. 신현택 회장은 당시 <뉴스엔>과의 전화인터뷰에서 “각 방송사에 문산연 이름으로 JYJ 출연 자제 요청서를 보냈다. 알려진 것처럼 공문은 아니”라고 밝혔다.
그는 “문산연 산하 연예제작자협회 회원사들이 요청을 해 왔고, 이를 검토한 뒤 요청서를 보냈다.”며 “현재 SM과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결론이 날 때까지 기다려 달라는 것이 주요 내용”이라고 전했다. 신 회장은 “일종의 의견서일 뿐, 강제력은 없다. 억압적인 제제 등과는 거리가 멀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신현택 회장의 해명과는 달리 문산연이 발송한 문건은 정식 공문양식을 갖춘 문서였던 것으로 드러나 빈축을 샀다.
‘JYJ 대한 방송섭외 및 출연 등의 자제 요청’이라는 제목으로 발송된 이 공문은 형식뿐 아니라 내용에도 “(사)한국대중문화예술산업총연합회(이하 ‘문산연’이라 칭함)는 대한민국의 대중문화 발전과 한류문화의 제고를 위하여 귀사에 본 공문을 보내게 되었습니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문서의 고유번호 역시 빠지지 않았다.
문건의 ‘정체’를 확인한 팬들은 “기본적으로 갖춰야할 공문의 양식을 모두 갖춘 데다 본문에도 공문임을 언급하고도 언론에는 공문이 아니라고 발표하다니, 술은 먹었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라는 것과 뭐가 다르냐.”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팬들은 이 공문의 내용을 토대로 공정위에 신고하고, 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후속 행동에 나섰다.
논란은 멈추지 않고 확산되었다. 개별 업체와 개별 가수의 사안을, 그것도 법의 손에 의해 이미 조정되고 심판 중인 사안을, 왜 특정 단체가 일방을 편들어 참견하는 지에 대한 비난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SM 소송 제기 속셈은? ... 여론 흔들기 + 내부단속용
그즈음 ‘왜 SM이 JYJ를 향해 음반 판매금지 가처분이라는 초강수를 두었을까’라는 의문이 제기되었다. 그러나 결국 모아진 의견은 하나였다. JYJ의 성공적인 활동을 어떤 모양으로든 막아보겠다는 조치로 관측된다는 것이었다. 쇼케이스의 흥분이 채 가라앉기도 전, 이들의 행보에 제동을 걸겠다는 저의가 눈에 선하게 그려졌다.
더구나 SM이 표면에 내세운 목표는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아보였다. 우선 법원에 제기한 가처분신청이 결론 나기까지는 적어도 수 개월의 물리적 기간이 소요되어야 하는데, 이 정도 기간이면 이미 구매자들의 소비가 거의 끝날 시기였다.
아울러 <The Beginning>은 선주문량만 52만장을 넘어서 가요계를 점령할 준비태세를 마쳤고, 수록곡 ‘Ayyy Girl’은 공개되자마자 음악전문사이트의 실시간차트에서 1위에 오르는 등 뜨거운 인기를 입증하고 있었다. 때문에 앨범판매 자체를 저지하겠다는 SM의 의도는 실효성이 그만큼 적을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 우세했다.
게다가 악화된 여론 역시 SM을 긴장시켰다. SM의 소송은 JYJ 지지 팬들의 결집력을 더욱 단단하게 고정시켰을 뿐 아니라, SM에 대한 반발기류를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실제로 법원에서 JYJ 멤버들의 자유로운 연예활동에 대해 방해하지 못하도록 금지한 상황에서 이 같은 소송을 제기한 것은 엄연한 활동방해이며, 법 결정문을 무시하는 처사라는 따가운 비난이 쏟아졌다.
여기에 소송 사실이 일반 가요팬들에게까지 알려지면서 논란의 불길이 확산되었다. 네티즌들은 과거 HOT 해체 과정에서 보여준 SM의 ‘쿨하지 못했던’ 전력을 들춰내며 의혹의 시선을 보냈다.
그러나 거대 기획사 SM이 이러한 반응을 전혀 계산하지 않았을 리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M이 이러한 예측가능한 반발작용을 감수하면서까지 JYJ의 활동을 제약시키기 위해 강수를 들고 나온 이유가 무엇일지 궁금해졌다.
대다수의 가요관계자들은 SM의 이 조치가 JYJ에게 집중되는 여론을 환기시키고, 심리적으로 압박하기 위한 전략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음반 발매 초기부터 악재를 이용한 ‘여론 흔들기’로 대중의 이목을 분산시키겠다는 의도 말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SM의 이번 소송이 내부단속용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을 제기했다. 겉으로는 JYJ를 타깃으로 삼았지만, 안으로는 소속 가수들의 결속력과 충성도를 높이는 포석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압박카드를 통해 외부와 내부에서의 이중효과를 노리는 대응책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SM, JYJ 앨범 판매금지 가처분 소송 취하
그로부터 불과 보름 뒤. 우리는 SM엔터테인먼트가 JYJ의 첫 월드와이드 앨범 <The Beginning>의 판매금지 가처분신청을 취하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프레인은 보도자료를 통해 “SM엔터테인먼트는 JYJ의 음반 유통을 담당하고 있는 워너뮤직코리아에 지난 10월 12일 판매금지 가처분 소송을 냈고, 10월 21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부를 통해 해당 소송을 취하했다. 이와 관련, 워너뮤직코리아는 해당 내용을 담은 공문을 10월 22일에 수령했다.”고 발표했다.
SM이 소송을 취하한 이유는 JYJ의 음반이 이미 발매돼 판매금지 가처분의 실익이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자료를 읽는 순간, 낯이 뜨거워졌다. 너무나 빤히 들여다보이는 속내에 씁쓸한 헛웃음만 나왔다. 결과적으로 JYJ의 첫 활동에 찬물을 끼얹으며, 이들의 이미지를 손상시키겠다는 저급한 의도를 그들 스스로 인정한 꼴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날 <뉴시스>는 해당 기사의 제목을 이렇게 뽑았다.
‘SM엔터테인먼트, JYJ 발목잡기 실패’.